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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기업문화의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리더십이다. 리더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에서 도출된 경영이념과 비전은 직원의 매일 매일의 업무에 지침과 기준으로 작용한다.창업기의 리더는 다양한 도전과 고난을 체험했기에 강해질 수 있었지만 수성과 개선에 역점을 둔 계승자는 도전적이고 강력한 리더상을 제시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리더는 배를 몰고 험난한 대양을 건너는 선장이 파도와 날씨 변화를 예측해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환경의 변화추이를 예견할 수 있어야 하고 문제가 닥치면 해결방안도 내 놓아야 한다.이런 측면에서 리더에게 직관력과 통찰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직관력과 통찰력을 갖춘 리더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정보습득과 시대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최고 경영진뿐만 아니라 중간 관리자의 리더십도 기업문화의 형성, 계승,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 삼성그룹은 다른 글로벌 선도기업에 비해 약한 부문이 리더십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건희 회장의 소위 말하는 은둔형 리더십이 20세기 황제형 기업경영에는 적합했지만 급속하게 변하는 21세기 글로벌 기업경영에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하지만 리더십의 유형이 다양하고 특정 리더십의 유형이 모든 조직에 항상 효율적인 것이 아니므로 삼성의 특정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과거에 훌륭한 성과를 냈던 리더십 유형이 현재와 미래에도 그대로 잘 작동할 것이라는 인식은 버려야 한다. 리더십도 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진화해야 한다.삼성의 리더와 삼성맨(삼성직원은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 삼성맨이라 칭했다)이 일반적인 기준에 비춰 본다면 우월한 측면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하지만 21세기 글로벌 경쟁시대, 지식정보화 시대에서 다가올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거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만으로는 부족하고 시대의 흐름을 꿰뚫을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쉽게 말해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보다 경영이론에 밝은 학자가 한국에 최소한 몇 천명은 되지만 아무도 그보다 더 뛰어난 경영전략을 제시하지 못한다.이건희 회장은 한국의 어떤 경영자보다 다양한 경험과 인맥을 통한 정보습득 능력을 가졌고 장고(長考)를 거듭하면서 시대적 흐름을 읽는 능력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이런 측면에서 삼성그룹에게 이건희 회장의 부재는 매우 아쉽다. 간판기업인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계열사가 격랑의 회오리 속에 들어서 있지만 명쾌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다른 기업이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을 모방해도 동일한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국내 다른 대기업이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 유형을 따라 하는 것만으로 삼성그룹처럼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없다. 삼성그룹은 다른 기업과 달리 그의 통찰력과 경영철학과 방향을 충실히 따르는 삼성조직이 있다.다른 기업이 삼성처럼 되고자 한다면 경영자 스스로 통찰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삼성조직을 벤치마킹해 조직을 학습시켜야 한다.경영자를 포함해 누구나 통찰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과 엄청난 양의 지식이 필요하다. 유행하는 경영학이나 교양 서적 좀 읽어 경영학 이론 몇 개 이해한다고 혹은 주변의 몇몇 유명인과 대화 좀 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기업의 효율성을 높여 주는 도구는 많다. 공장자동화 기계를 도입하여 생산직 직원의 숫자를 줄일 수 있고 업무합리성을 추구하는 각종 소프트웨어를 도입함으로써 관리직 직원의 업무를 줄일 수 있다.하지만 경영진의 통찰력을 대체할 수 있는 어떤 프로그램이나 기계는 없다. 위대한 기업이나 위대한 경영자가 태어나기 어려운 이유이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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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은 독자적인 경영모델을 개발하지 않고 1990년대 초까지는 일본을, 그 이후로는 미국의 경영모델을 답습했다. 산업화 시대에는 복잡하지 않은 경영전략으로 인해 정형적인 시스템(System)이 필요하지 않았다.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사업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시스템구축에 대한 요구가 커졌고, 1990년 중반부터 불기 시작한 정보화가 이를 촉진시켰다. LG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5번째 DNA인 시스템(System)을 경영도구(methodology)와 운영(operation)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삼성을 모방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도 한계에 봉착2011년 8월 LG전자 선임연구원이 회사를 떠나면서 구본준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보낸 메일이 화제가 되었다. 그는 이 메일에서 ‘LG전자는 혁신을 하겠다고 주장만 하는 회사’라고 혹평을 했다.구본준 부회장이 침체에 빠진 LG전자를 혁신하기 위해 소위 말하는 ‘구원투수’로 투입됐었다. 하지만 혁신의 방향을 결정할 때 ‘삼성이 어떻게 한다’면 아무런 토론 없이 그대로 따라 하는 것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언론에도 그대로 보도되었고, LG전자는 한 개인의 돌출행동과 사견이라는 논리로 파장이 확대되는 것을 진화하기에 급급했다. 이 보도를 보면서 LG가 10여 년 동안 변한 것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LG의 시스템은 국내 대기업과 매우 유사해 특별한 특징이 없다.과거 LG전자 등 LG관련 계열사와 업무를 하면서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했다. 당시에도 LG의 직원들은 삼성이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지,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삼성의 시행착오(施行錯誤)를 잘 파악해 자신들에게는 더 나은 조언을 해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모나지 않고 두리뭉실하게 일을 처리하는 LG 기업문화의 전형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LG의 시스템은 삼성과 차이가 없이 대부분 그대로 답습해 구축했다고 보면 된다. LG와 삼성의 차이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관계라고 보면 된다.삼성은 그나마 과감하게 해외 선진기법을 도입해 끊임 없이 개선하는데 반해, LG는 삼성이 도입하는 시스템을 모방하는데 급급하다. 이런 의사결정의 저변에는‘삼성이 하면 좋은 것이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셈이다. 삼성이 도입한 시스템도 모두 성공적이었던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나름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했다고 본 것이다.LG가 삼성의 시스템을 쉽게 모방하기로 결정한 것은 사업구조나 인력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모방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하면 문제가 없지만, 핵심적인 내용이 하나라도 부족하면 의도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외양만 보고 모방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개인이 아니라 조직차원에서는 모방전략도 생각만큼 실행하기 쉽지 않다. LG가 삼성의 시스템을 모방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선택했지만 정작 삼성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의 전략으로 ‘타도 삼성’은 쉽지 않은 목표(goal)로 보인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에서도 패스트 팔로워가 아니라 패스트 무버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삼성과 제품군과 사업이 비슷하지만 삼성이 갖지 못한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두 그룹 모두 DW, ERP, SCM, CRM 등의 유사한 솔루션을 모두 도입했지만 세부 기능이나 분석항목에서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삼성을 앞서는 전략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삼성에 없는 분석기법이나 분석항목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모방이 아니라 창의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다. LG의 조직 유연성을 발휘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 경영혁신의 방법으로 시스템을 정비하는 중이나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구본무 회장이 ‘독한 LG’를 주문하면서 전사적 경영혁신 노력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 국내기업은 서로 경영전략이나 상품을 베끼고 외부적으로 경쟁을 하는 척하면서 이익을 늘리기 위해 내부적으로 동업자로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정부의 대기업 우선 정책에 편승해 독과점과 담합으로 이익을 극대화했다.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유럽,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에서 담합행위로 인해 사상 최대의 벌금을 부과 받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LG의 발표에 따르면 LG는 2012년 초부터 담합을 근절하기 위한 시스템, 즉 ‘담합방지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LG의 담합방지시스템은 CEO의 반복적 의지표명, 담합에 대한 문책, 위반여부 상시 모니터링(monitoring), 행동 가이드라인 교육 및 실천서약, 행동 가이드라인 재정비 등의 프로세스(process)로 운영된다.실행 주체는 CEO/사업본부장, 임원/사업부장, 실무자 등과 사내에서 윤리경영을 담당하는 컴플라이언스(Compliance)팀이다. 임직원이 실적에 쫓겨 담합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위반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 한다. 담합방지 실천서약서를 주기적으로 받아 담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담합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담합에 가담한 실무자뿐만 아니라 관리책임이 있는 경영진까지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것이다.경영진의 인사평가항목에 담합에 관한 항목을 신설해 인사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경영진이 솔선수범해 담합을 근절시키고 자산의 의지를 임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알리고 있다.윤리경영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담합행위가 단순히 처벌만으로 근절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지난 2000년대 초부터 국내기업들이 윤리경영을 한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거의 없다. 윤리경영이 그룹 회장의 말이나 처벌위협만으로 정착시키기 어렵다.담합방지 시스템을 예로 들었지만 경영혁신은 조직변화만큼 어렵다. 경영혁신을 시스템화해 조직 내부에 체화되도록 하면 성공확률이 높아진다. 소위 말하는 시스템경영(System Management)이라는 용어와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고 보면 된다.2000년대 중반부터 시스템경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졌지만, 정작 시스템경영에 성공했다는 기업은 많지 않다. 개념정의도 모호하고, 시스템경영의 실천방안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시스템경영을 시스템적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구축보다는 운영(operation)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 기술이 보편화되고 유사한 제조설비를 가진 기업끼리 경쟁도 운영능력이 우수한 기업이 이긴다.시스템의 구축은 일정기간과 예산만 투입하면 가능하지만, 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그에 상응하는 직원의 노력과 끈기가 요구된다. LG의 담합방지시스템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이론적으로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했을 수도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구축과 운영은 전혀 별개의 프로세스이고, 실질적인 성과는 운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 인간을 우선하는 운영전략으로 장기적 성장 기반 구축시스템 운영에서 인간을 우선하면 단기적으로 효율성은 낮아 경제성이 떨어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군이 동일해 삼성전자가 LG전자에 비해 더 뛰어나거나 독특한 생산설비를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마찬가지로 이를 운영하는 직원들 학벌이나 학습능력의 수준도 비슷하다. 설비나 직원의 수준은 유사한데 두 기업의 성과는 차이가 크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운영능력을 꼽는다. 삼성의 운영능력이 삼성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본다. 삼성과 LG 모두 LCD사업을 하는데, 유독 삼성에서만 생산공정에 투입된 근로자의 백혈병 등 산업재해에 대해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LCD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한 원자재나 생산설비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삼성에서 관련 피해를 본 근로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안전설비가 부족했거나 정상적인 작동이 되지 않았고, 유해물질에 대한 안전교육도 부실했다고 한다. 근로자의 안전보다는 생산수율과 작업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봐야 한다. LG의 경우 작업안전수칙을 완벽하게 지켰는지 파악이 되지 않지만, 현재까지 삼성과 유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운영효율성을 강조한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으로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여론은 삼성에 우호적이지 않다. 삼성은 정치권, 노동단체, 시민단체로부터 관련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2013년 1월 피해근로자 단체인 ‘반올림’이 삼성의 대화제의를 수락해 관련 협상이 진행될 것이지만 양측의 입장차이가 너무 커서 급격한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3년 2월 출범하는 차기 정부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에 관심이 높아 삼성의 입장에서도 과거와 다른 전향적인 자세를 견지하지 않으면 안된다.통제와 체계적 관리를 중점으로 하는 ‘관리의 삼성’과 달리 LG는 유연한 운영정책으로 효율성은 낮았다. 단기적으로 LG가 침체된 이유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문제는 어떻게 인간존중의 운영철학을 바탕으로 경영혁신, 시스템 혁신을 이룰 것인지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강한 자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 자가 강자’라는 평범한 경구를 새겨 들어야 한다. 시스템운영의 핵심은 사람이고, 운영혁신도 인간존중에서 출발해야 한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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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하 삼성)은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재벌이다.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은 자금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동업이라는 방법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1945년 해방, 1950년 한국전쟁, 1960년 4∙19 학생의거와 연이은 군사정권을 겪으며 부침을 경험했다.군사정권에 의해 부정 축재자로 몰리고,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정권과 대척점에 서기도 했지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자금 문제로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명실상부한 국내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최고기업이기는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그룹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의 실적과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그에 따른 고민도 깊다.삼성전자가 그룹 영업이익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다른 계열사의 존재감은 미미해 삼성그룹이라기 보다는 삼성전자그룹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세계 최고 혁신기업인 애플과의 특허소송, 근로자의 백혈병 논란, 무노조 원칙고수 등 해결해야 할 난제도 수두룩하다.삼성전자뿐만 아니라 핵심 계열사의 기업문화를 SWEAT Model로 진단해 혁신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오너가 인재와 신뢰를 중시했지만 정작 자기관리는 소홀히 해다른 그룹의 창업자와는 달리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대지주의 막내 아들로 태어나 어려움을 모르고 자랐다. 암울한 일제 식민지 시대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고, 동업으로 시작한 사업도 아이템 선정을 잘 해 큰 어려움 없이 성장했다.효성의 조홍제 회장이나 기타 동업자들과 동업을 청산하면서 불협화음이 있었다. 동업을 정리하면서 양자가 모두 만족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 성향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본다. 삼성의 역사를 다루면서 오너의 성향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이병철 회장의 아이템 선정능력과 이건희 회장의 비전적 리더십이 삼성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병철 회장이 주창한 삼성의 3대 이념은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이다.반면 이건희 회장의 삼성경영학은 인간존중, 기술 중시, 자율경영으로 구성된다. 두 사람 모두 인재와 신뢰를 소중히 했다는 점에서 일치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실천이 부족했다. 아버지 이병철 회장도, 아들 이건희 회장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경영에서 은퇴했다가 명분도 축적하지 않고 다시 복귀한 전례가 있다. 먼저 이병철 회장은 1966년 소위 말하는 한비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삼성이 일본 차관으로 비료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일본에서 자재를 수입하면서 사카린, 변기 등을 몰래 포함시킨 것이다. 정권이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요청한 것이라는 주장을 했지만 이병철 회장이 책임을 지고 경영권을 내려 놓았다.큰아들 이맹희가 경영일선에 배치되었지만, 2년 후 돌연 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경영에 복귀했다. 그는 복귀하면서 미래산업인 전자산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영복귀가 불가피했다고 할 수 있지만 모양새는 좋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은퇴와 복귀는 아버지 이병철 회장보다 더 평가가 좋지 않다. 2007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일어나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고발은 한국사회를 강타했다. 부인으로 일관하던 이건희 회장도 여론이 나빠지자 2008년 4월 22일 가족 및 측근들 모두 동반 퇴진하는 결정을 내렸다.하지만 2008년 연말에 터진 국제금융위기로 오너의 경영복귀가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윤리경영을 하지 않는 오너는 퇴출되어야 한다는 주장보다 강력하게 나왔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MB정부는 2009년 12월 이건희 회장을 특별사면했고, 2010년 3월 이 회장은 경영에 복귀했다. 그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던 소위 말하는 ‘위기론’을 들고 나왔다.사회적 물의가 아니라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사례가 일본에도 있었다. 일본 도요타(Toyota) 1949년 매출부진과 차입금으로 인해 도산위기에 몰렸다. 창업주 도요타 키이지로 (田喜一郞)는 대규모 해고를 단행한 후 ‘해고를 하지 않겠다’는 노조와의 약속을 깬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그는 죽을 때까지 다시는 경영에 복귀하지 않아 노조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2008년 창업자의 직계 손자인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가 사장으로 취임할 때까지 도요타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지만 세계 최대 제조기업으로 성장했다. 리더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은 직원들에게 귀감이 되어야 한다. 리더의 말과 행동은 자연스럽게 기업문화 DNA의 중요한 부문이 된다. 직원은 리더의 말을 귀담아 듣고 행동을 일일이 관찰한다. 리더가 말만 하고 실천을 하지 않으면 조직 내부에 ‘냉소주의’가 팽배해 진다.일부 경영진은 직원에게 권한과 높은 급여만 주면 직원들이 알아서 가치(value)를 행동으로 실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순진한 생각이다. 경영진이나 리더가 스스로는 실천하지 않으면서 직원들에게 강제하면 할수록 직원들은 움츠려 들고 가식적인 행동만 하게 된다.삼성의 ‘위기경영’도 비슷한 결과를 낳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위기라고 하는데, 정작 직원들의 표정에서는 위기에 대응하는 비장함이 보이지 않는다.◇ 대를 이어 선진기법을 배우려는 자세는 배울 점일제 암흑기를 거쳐 해방이 되었지만 근대적인 형태의 기업을 운영할 노하우가 이 땅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승만 대통령이 일본을 멀리하고 극도로 불신했지만 일본을 통하지 않으면 기술도, 물자도, 경영기법도 배울 수 없었다.이병철 회장은 연말만 되면 일본에 장기 체류하면서 사업구상을 가다듬고, 일본의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경영공부를 했다고 한다. 그는 일본뿐만 아니라 영국의 경영기법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던 홍콩도 자주 들렀다고 한다. 삼성의 관리문화뿐만 아니라 초기 기술, 부품 등도 일본이 뿌리다.일본에서 공부한 이건희 회장은 아버지 이병철회장과 달리 일본식 경영기법뿐만 아니라 미국식 경영기법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그가 회장으로 취임한 1987년은 기술만 외치며 세계경제를 주도하던 일본기업들의 기세가 서서히 꺾이던 시점이다.침몰하던 미국은 신경제를 외치면서 기지개를 다시 펴 새로운 경제모델을 시험하고 있어 배울 점이 많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들 이재용에게 일본과 미국 양국에서 공부를 하도록 조언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이런 노력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1995년 북경발언으로 이어진다. 프랑크푸르트 선언에서 7∙4제를 도입하고 깨어 있는 삼성인이라는 구호를 외쳤다.북경발언은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것으로 더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인재경영, 글로벌화 등이 핵심 이슈였다. ‘1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발언으로 인재경영의 중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이 보수적인 다른 대기업의 오너보다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이건희 회장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삼성의 인재들이 삼성을 떠나서는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다. 삼성이 진대제, 손욱, 황창규, 이기태 등의 인재를 발굴해 스타로 키웠지만 정작 이들은 삼성을 떠나서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은 삼성전자에서 이력을 높게 평가 받아 정통부 장관을 하고,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서기도 했지만 정치인으로 변신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손욱 전 농심 회장은 삼성에서 혁신체험을 바탕으로 농심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심이 식품기업이라 먼지 하나 없는 삼성공장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삼성이 해외 선진경영기법이나 기술도입에 적극적이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은 삼성만 쳐다본다. 이건희 회장의 해외 출장지가 어디인지,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언론의 뜨거운 관심사항이다. 조금 유난스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건희 회장의 비중이 그 만큼 크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삼성이 어떤 구호를 외치고, 어떤 시스템을 도입하는지도 이슈거리다. 퇴직한 어느 LG전자 연구원은 ‘LG는 삼성이 하는 것만 보고 따라 하는 2등 전략만이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최근 LG그룹이 부진한 이유가 2등 전략 때문이라고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어찌되었건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앞서간 기업이나 국가를 연구하면서 사업 아이템을 찾고, 삼성에 적합한 경영기법을 연구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하지만 문제는 삼성이 국내 1등 기업을 넘어 글로벌 1등을 하기 위해서는 ‘모방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아이폰의 디자인과 일부 기능을 의도적으로 베꼈는지 여부가 특허소송의 핵심이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시장점유율을 높였지만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한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 삼성전자가 자랑하던 반도체, LCD, LED, 스마트폰 등이 모두 모방전략을 통해 시장진입을 한 제품이다.삼성전자가 선도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응용기술 개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점은 높이 평가 받아야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창의적인 사고와 창조경영을 주창했지만 정작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노력은 소홀히 한 셈이다.냉정하게 보면 이병철 회장이나 이건희 회장이 새로운 것을 배워 적용하려는 노력은 많이 했지만 주창한 경영이념이나 구호가 창의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들은 오너로서 방향만 제시했고, 삼성직원들이 알아서 해석해 실천요령을 만들고 수정∙보완했다고 봐야 한다.기업문화가 창업자나 오너의 영향을 크게 받기는 하지만 직원들의 이해와 노력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삼성도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 회장만 앞장 세우지 말고 임직원의 역할을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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