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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의 시스템은 오랜 기간 동안 국내 재계 서열 선두권을 유지했던 LG그룹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경영도구를 단순히 ICT시스템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경영도구는 장기간 축적된 기업의 경영전략이나 경영노하우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시스템은 단순히 체계적으로 표현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LS는 LG그룹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이후 LS만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LS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다섯 번째 DNA인 시스템(System)을 경영도구(methodology)와 운영(operation)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핵심가치를 구현하는 도구로서 시스템구축을 접근2003년 LG그룹으로부터 분리된 이후 LS전선은 원칙과 기본준수, 호기심과 유연성, 합리적 도전, 지속적인 혁신, 성과에 따른 보상 등 5가지 핵심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ERP구축을 시작으로 다양한 경영도구를 도입했다. 2004년 4월부터 SAP의 ERP솔루션인 mySAP ERP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해 2005년 7월부터 가동했다.LS전선은 ERP를 도입하면서 SCM(Supply-Chain Management), BW(Business Information Warehouse), HR(Human Resource) 등의 시스템도 동시에 정비했다. 소위 말하는 빅뱅방식인데, 당시에는 유행하던 방식이다.별도로 운영되던 모든 ICT시스템을 일시에 정비해 시스템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도입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뱅방식은 업무의 표준화 작업을 통해 비지니스 프로세스를 혁신할 수 있도록 만든다. SAP ERP는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선도기업 대부분이 도입했을 정도로 잘 개발된 솔루션이다. 많은 선진기업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업무 프로세스가 잘 정비돼 있고, 데이터의 정합성도 확보하고 한 솔루션이라는 의미다.SAP는 ERP뿐만 아니라 ERP를 기반으로 SCM, BW 등의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다. BW는 기존의 DW(Data Warehouse)와 같은 개념인데, SAP의 ERP 등으로부터 추출해 EIS(Executive Information System), DSS(Decision Support System), OLAP(On-line Application Processing) 등과 같은 BI(Business Intelligence) 솔루션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뱅크(Data Bank)다.2000년대 초반부터 SAP가 BW를 적극적으로 홍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BI솔루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BW라는 개념 자체는 매우 훌륭했지만 SAP가 자체 BI의 꽃을 피우는 데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SAP 솔루션을 기반으로 ERP, SCM 등을 구축한 LS전선은 2008년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객을 세분화하고, 고객정보를 통합 관리해 영업업무의 효율성을 높였다.B2B사업을 주로 하고 있는 LS전선은 고객 수가 많지 않지만 고객중심의 영업환경변화에 대응하고 영업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CRM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대부분의 산업에서 공급과잉현상이 초래되면서 시장은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로 변경됐지만 한국기업은 협소한 국내시장에 안주하면서 공급자 위주의 영업관행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시장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1997년 외환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LS전선도 2008년이 되어서야 시장이 소비자 위주로 재편됐다고 판단한 것이다.국내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몇몇 기업들은 아직도 공급자 위주의 영업을 지속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생존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전선시장도 LS전선과 대한전선의 독과점 상태가 지속되면서 가격담합과 같은 다양한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어 과연 LS전선이 시장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받고 있다. 만약 소비자 위주의 시장에 최적화된 CRM시스템을 활용하지 않고, 기존의 영업관행을 고집하고 있다면 시스템 도입효과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이다. 국내 기업들 대부분은 경영선진화 명목의 ICT시스템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단순한 업무자동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경영시스템의 구축은 업무전산화, 데이터 통합뿐만 아니라 선진화된 경영철학을 직원들에게 이식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직원들이 기존의 영업관행을 바꾸지 않고 고집한다면 경영시스템은 단순 업무처리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최근에도 LS의 각종 부정행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을 보면 LS가 핵심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경영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늘렸지만, 직원들의 업무태도를 바꾸는 데는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이 물론 LS에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그룹, LG그룹,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상위권 대기업들도 경영시스템 따로, 직원들 업무관행 따로는 일상화되어 있다.경영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도 잘못이지만, 시스템구축을 리딩하는 컨설팅회사의 잘못도 크다. 솔루션을 판매하는 것은 솔루션의 기조에 깔린 경영철학을 전수해 주는 것인데, 이런 노력은 하지 않는다. 국내 ICT산업에서 솔루션개발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정부의 지원보다는 관련 업계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의 잘못이 더 크다. ◇ 소통을 기반으로 협업활성화 해 기업경쟁력 향상 LS 경영진은 조직 내부의 소통을 강조해 업무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1년 기존의 전자문서관리시스템(Electronic Document Management System, EDMS)의 고도화를 위해 콘텐츠관리시스템(Enterprise Content Management, ECM)을 도입했다.EDMS가 쌓아둔 내부문서를 관리하는 것에 그쳤다면 ECM은 문서의 관리뿐만 아니라 각종 협업기록까지 관리하고, 재활용까지 가능케 한다. 최근에는 ECM에 모바일 기기로도 접근이 가능하고, 동료들과 협업까지 할 수 있다. 현장에서 생산한 문서를 빠르게 접근하고, 협업이 중요한 건설업체나 제조업체에서 ECM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과 같은 SNS솔루션이 인기를 끌자, 기업용 SNS솔루션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데, LS_Nikko동제련도 그 중 하나다.LS_Nikko동제련은 본사와 현장 근로자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다우기술의 ‘오피스톡’을 도입했다. 그룹웨어와 연동해 지식 및 문서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다. SNS가 그동안 기업 업무포털이나 그룹웨어에서 사장됐던 메신저, 게시판기능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기업들이 자체 그룹웨어나 SNS솔루션을 구축하고 있지만, 직원들은 기업솔루션보다는 편리한 개인용 SNS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같은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소통도 경영진이 아무리 말로 강조해도 활성화되지 않는다. 직원들이 스스로 소통을 하는 것이 업무효율에 도움이 되고, 기업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그룹의 경우 계열사, 기업 내부의 경우 부서, 본부, 팀별, 팀 내부에서는 개인간 거대한 장벽이 버티고 있어 정보나 지식이 소통되지 않는 사일로(silo)현상이 일반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현재 박근혜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정부 3.0’도 정부부처간 소통이 되지 않는 칸막이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되고 있다. 보수적인 관료주의가 팽배한 대기업 조직도 칸막이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LS의 경영진들은 소위 말하는 ‘대기업병’을 치유하기 위해서 소통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다.ECM이나 기업용 SNS솔루션을 도입한다고 곧바로 소통이 원활해지는 것은 아니다. 삼성그룹에서 도입해 효과를 본 성과급제도가 소통을 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소통이 단기간의 제도나 구호보다는 직원들의 태도변화로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직원들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원의 자아성취를 돕는 차원에서 소통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스스로 만족하고 일터가 즐거워야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LS를 진정한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 일터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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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문기업인 대성의 업무는 매우 단순해 특별한 시스템을 구비할 필요성이 낮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시스템은 보이지 않는다. 국내기업들이 선진화된 경영도구의 도입이나 직원역량개발 차원에서 시스템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를 소홀히 한 것도 천편일률적인 시스템이 유행한 이유다.대성도 업무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의 시스템만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대성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다섯 번째 DNA인 시스템(System)을 경영도구(methodology)와 운영(operation)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PI를 통한 ERP구축으로 대성산업가스 상장 추진대성은 개별 그룹군으로 PI(Process Innovation)를 통해 ERP를 구축했다. PI는 프로세스 혁신으로 기존의 업무 현황을 분석해 낭비요인을 제거한 후 새로운 업무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것이다.대부분의 기업들이 업무 선진화를 위해 계열사별로 PI를 진행한 후 ERP로 전사 업무통합을 이루는 접근법을 선택한다. 대성합동지주가 가장 먼저 2008년부터 대성산업가스, 대성산업 등의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PI를 진행했다.계열사별로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재무, 영업, 물류 등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PI로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할 경우 업무과정이 투명해 지고, 업무처리를 신속하게 할 수 있어 비용이 절감된다. 특히 회계시스템을 통합할 경우 그룹 차원에서 자금관리를 할 수 있어 현금흐름과 자금소요내역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어 자금경색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영업, 물류도 통합할 경우 계열사간 업무효율성이 높아지고, 그룹 차원에서 종합적인 경영계획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된다. PI는 ERP구축을 위한 선제작업의 성격이 강하지만, 대성은 별도의 교육을 통해 임직원들이 새로운 업무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대성산업가스는 2010년 글로벌 ERP솔루션업체인 SAP의 ERP를 적용한 코메이트(COMATE)를 오픈했다. 대성산업가스는 대성산업과 프랑스의 에어리퀴드, 일본의 에어리퀴드재팬과 합작회사로 업무의 투명성 확보가 합작경영의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적용하게 된 것이다.글로벌 종합가스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사업장에 동시에 적용을 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노력의 결과 대성산업가스는 2013년 12월 현재 상장을 추진 중이다.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상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검증된 글로벌 ERP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 국내 대기업들은 투명하지 못한 회계로 인해 외국기업들이 투자나 협력을 기피했다.현재도 많은 기업들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대성산업가스는 SAP의 ERP를 도입함으로써 업무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했다.이러한 이유로 상장을 앞둔 기업들은 무조건 PI를 통해 업무를 정비하고, 외국의 검증된 ERP솔루션을 도입한다. 대성합동지주도 핵심계열사인 대성산업이 대성산업가스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어 막대한 상장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서울도시가스도 통합경영지원시스템 구축을 통해 경영효율화 추진서울도시가스그룹도 2008년부터 통합경영지원시스템을 구축했다. 중장기 경영전략수립, PI, 전산통합 등이 포함되었다.서울도시가스가 구축한 중장기 경영전략수립시스템이 어떤 수준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통상적으로 중장기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경영계획솔루션은 기업의 사업계획(Planning), 예산수립(Budgeting), 회계통제(Controlling)를 포함한다.국내 기업들은 대기업조차도 주먹구구식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경향이 있다. 전년도 말에 경제성장률과 같은 외부환경변수를 적용해 몇 퍼센트 성장하겠다는 의지치를 반영한 사업계획을 1년 동안 수정 없이 활용한다. 하지만 외국의 톱 글로벌 기업들은 연간계획을 수립한 후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라 분기, 월별로 계획을 수정∙보완한다.단순히 실적 데이터를 ERP시스템으로 수집해 통계를 내고, 관리하는 것은 쉽지만 수백만 개의 제품, 수십만 개의 직원, 수만 개의 거래처, 수 천 개의 공장의 계획과 실적을 월별로 수정하고 보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아무리 큰 기업이라고 해도 ERP시스템으로 월 마감은 1~2일 내 혹은 수 시간 만에 가능하지만, 작은 기업의 경영계획 전체를 예실(예상과 실적)분석을 하는 것은 1주일로도 어렵다. 외국의 일부 검증된 경영계획솔루션을 활용할 경우에는 ERP시스템과 마찬가지로 1일 내로 가능하다. 많은 기업들이 ERP는 외국의 유명한 솔루션을 주저 없이 도입하는데, 정작 경영계획과 같은 중요한 업무는 국내 SI기업들이 개발한 것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기업이 하고 있는 경영계획업무를 PI를 통해 체계화하고 정비해 시스템화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SI업체가 경영계획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충분히 보유한 경우 컨설팅을 통해 좋은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 경영도구를 도입하는 것은 단순히 업무프로세스의 정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진화된 경영철학을 배우는 과정이다. 기업문화를 분석하고 진단하면서 시스템을 5가지 중요 DNA 중 하나로 선정하고, 시스템의 핵심요소(key element)로 경영도구(methodology)를 선정한 이유도 시스템에 녹아 들어 있는 경영철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따라서 현재 구축되어 있는 경영계획 시스템 대부분은 검증된 솔루션으로 대체해야 할 것으로 본다. 과거 SI업체들이 SI로 개발한 ERP시스템을 외국산 ERP솔루션으로 교체한 것과 마찬가지로 경영계획도 곧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ERP로 업무결과를 정돈하고 관리하는 것은 사후적 조치에 불과하지만,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사전적 준비과정이기 때문에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10대 대기업조차도 경영계획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있다.경기침체가 일상화되고 주요 국가의 경제정책이 조변석개(朝變夕改)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입장에서 경영환경의 변화에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구축이 시급한 과제다.서울도시가스도 경영계획시스템을 몇 년 동안 사용했기 때문에 시스템고도화에 대한 수요가 제기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검증된 솔루션에 대한 도입검토가 필요하다. ◇ 신규사업 발굴도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야 성공확률 높아대성의 창업 정신 중 하나가 진취라고 한다. 대성합동지주 김영대 회장의 2012년 신년사를 보면 ‘진취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고, 도전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영역을 개척하는 개척정신’이라는 내용이 나온다.기업경영도 창업자가 과감한 결단력과 리더십으로 경영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사업의 내용이 복잡하고, 각종 환경규제도 많기 때문에 시스템으로 업무를 분장하고 위험을 사전에 감지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대성은 다른 중견 대기업에 비해 시스템 도입이 늦고,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대성의 에너지 사업이 단순하기 때문인 것도 원인이겠지만 창업정신과 달리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산업가스판매나 도시가스공급 자체가 너무 단순해 요금을 부과하고 관리하는 빌링시스템만으로도 충분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업의 핵심업무인 빌링시스템(billing system) 구축사업도 2000년대 중반에서야 시작했을 정도로 늦었다. 각종 자료를 검토해 보면 대성이 2세 경영으로 넘어 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많이 했지만 정작 기존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역량을 강화하는 데는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존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기회요인을 찾았다면 현재와 같이 기존사업과 연관성이 낮은 사업에 무차별적으로 진출해 위기를 자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시스템이라는 것이 단순한 업무전산화가 아니라 기업의 업무효율성을 높이는 매뉴얼이라고 봐야 한다. 모든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신규사업을 발굴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스템적 사고에 익숙한 기업은 신규사업을 찾는 프로세스가 정교하기 때문에 좌충우돌하지 않는다.또한 신규사업도 기존 사업과 연관성도 없는 엉뚱한 사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경영철학, 핵심역량과 부합하는 사업만 고려한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기존의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줄어든다. 대성합동지주가 에너지와 연관성이 낮은 주택건설과 유통사업에 준비 없이 뛰어들어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경험하게 된 것도 시스템에 대한 고려와 훈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서울도시가스그룹도 외국어 학원사업에 투자했다가 철수했고, 대성그룹도 신재생에너지, 교육사업 등을 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실패를 했다고 신성장 동력을 찾는 노력을 중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패를 반복할 수 없으므로 신사업을 발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방안에 대한 고민을 더 깊이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방식을 고집할 경우 실패를 피하기 어렵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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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오너 1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오너의 역량이나 능력과 관계없이 오너가 신(神)처럼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다.1심에서 법정 구속된 김승연 회장의 유죄판단 근거도 계열사 임원이 작성한 노트에서 ‘김승연 = 신(神)의 경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화는 개인차원의 구상일 뿐 강연에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한화의 기업문화를 진단하기 위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SWEAT Model의 5번째 DNA인 시스템(System)을 경영도구(methodology)와 운영(operation) 측면에서 평가해 보자.◇ 옥중경영과 시스템경영 사이에서 고민 중김승연 회장이 구속집행 정지를 신청하면서 심신상실 등의 이유를 제기하자, 검찰은 임원들이 구치소 면회를 통해 세밀한 지시를 받고 있어 사유가 적절하지 못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구속집행 정지를 결정했고, 5월말까지 1차례 연장됐다.항소심에서 1심보다 1년 낮은 징역 3년 형이 선고되었기 때문에 구속집행 정지기간이 종료되면 김승연 회장은 다시 수감돼야 한다. 대통령 특별사면이라는 가능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상고심이 끝나야만 가능하므로 당분간 경영공백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화가 비상시국을 대처하기 위해 꺼낸 카드가 ‘옥중경영’과 ‘시스템 경영’이다. 옥중경영은 김승연 회장이 구치소나 교도소에서 주요 경영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고 의사결정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김 회장은 1993년 외화밀반출로 2개월간 구속되었을 때도 주요 현안을 직접 처리했다. 이번에도 1심에서 법정 구속되었을 때 구속기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는지 모든 현안을 직접 보고받았다. 하지만 이것이 자충수였다. 한화 창립 60주년 기념행사나 야구단 운영 등 세세한 부문까지 직접 지시를 내렸던 옥중경영이 유죄를 입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검찰이 구치소 면회기록을 무기로 김승연 회장이 신처럼 떠받들어지고 있으며 그룹의 모든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치소나 교도소의 면회내용이 기록되기 때문에 구속집행정지나 특별사면, 감형 등의 선처를 받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옥중경영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시스템경영으로 가야 하는데 과연 한화의 조직이 시스템경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정비되어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전문경영인 체제가 이미 구축되어 있고, 김승연 회장의 아들인 김동관 실장이 주요 현안회의에 배석하면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시스템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해 시나리오경영도 이미 도입했다는 주장도 한다. 시나리오경영은 삼성그룹이 처음 도입하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외부환경이 급변하면서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이 2000년대 초부터 도입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하게 정착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시나리오경영은 환율변동, 원자재가격변동, 국제정치역할관계 변화 등 외부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기업이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데 장점이 있지만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시나리오경영의 요체는 발생 가능한 상황을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느냐이다. 즉 시나리오를 잘 구성하지 못하면 시나리오경영은 형식적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 외부환경에 대한 정보수집을 바탕으로 미래시장 예측능력을 보유하는 것이 핵심이다. 선진국 글로벌 기업들이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보급하고 있는 글로벌정보경영전략(GIMS, Global Intelligence Management Strategy)를 도입하고 있는 것도 정보수집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환율을 예로 든다면 2013년 국내대기업은 원 달러환율이 최소 1$ : 1,200원대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했지만 이미 1,100원대 초반으로 내려가면서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달러와의 환율도 고민이지만 한국과 수출품목이 많이 겹치고 있는 일본이 엔화의 평가절하는 더 충격적이다.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엔화 약세를 용인하면서 대기업의 수출환경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국제원자재가격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원유, 철강석, 석탄, 곡물 등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있어 선물투기를 한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시나리오경영이나 시스템경영이 말처럼 쉽지 않다. 한화도 김승연 회장의 부재를 시스템경영으로 커버한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이라크 등의 해외사업에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해 사업진척이 더디다. 재판결과를 낙관해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구속된 점도 시나리오경영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나타낸다.국민의 법 감정이 사법부에 우호적이지 않아 대기업 총수의 범죄행위에 관대하게 판단하던 재판부의 정책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결과다. 시나리오경영을 하려면 GIMS로 외부환경변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 분석해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ERP 등 다양한 시스템 정비로 경영혁신 활동한화는 경영도구(methodology) 도입의 일환으로 전사자원관리(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공생전략시스템 등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계열사별 중장기 정보화전략계획(ISP, Information Strategy Planning)에 따라 ERP를 도입하고 있다.ERP는 국산 솔루션보다는 글로벌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SAP 솔루션을 선택했다. 경영의 투명성과 계열사별 통합 등을 염두에 둔 결과다. ERP는 도입하면서 선진경영기법을 체험할 수 있고,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도 가능해 대기업이 경영혁신을 위한 시스템 도입 시 가장 먼저 선택한다.한화가 정비하고 있다는 공생전략시스템은 매우 생소한 용어인데, 대/중소기업 공생발전을 위한 시스템이라고 한다. 솔루션으로 구축된 시스템이라고 보다는 의사결정체제라고 보여진다. 협력업체를 지원하고 상생을 위한 실천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신사업도 중소기업의 업종을 침해하는지 그룹차원에서 검토한다. 정기적으로 계열사들의 사업포트폴리오를 리뷰(review)해 문제가 없는지 점검한다.MB정부가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가속화하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하자 내 놓은 대책이라고 보인다. 실효성만 있다면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에도 부합하는 시스템이다. 몇 가지 눈에 띄는 시스템을 제외하면 한화가 다른 기업과 비교해 특화된 경영도구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한화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보장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비해야 한다.기업은 잘 나가고 이익이 많을 때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영자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잘 되는데’라는 사고를 가지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 시스템은 직원 개개인의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자동적으로 점검하고 위험(risk)을 감지해 알려 준다. 시스템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조직을 통제해야 한다.시스템을 도입한다고 시스템경영이 자연스럽게 정착되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의 운영(operation)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경영도구를 도입한다고 해도 이를 운영하는 직원들의 능력, 규정과 프로세스를 지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입한 시스템이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된다.한화도 M&A로 성장하기는 했지만 체계적인 운영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지는 못하다. M&A로 체질을 바꾼 두산과 마찬가지로 오히려 인수한 대우나 신동아의 계열사들이 기존의 계열사보다 더 훌륭한 운영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경영혁신활동이 내부의 역량에 의존하기보다는 외부의 충격에 의한 경우가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한국 속담에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밀어낸다’는 말이 있는데,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필요가 없다. 기업문화 혁신활동을 할 때 이 말을 많이 사용한다.굴러온 돌인, 인수한 기업들의 운영능력을 연구해 그룹에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 아무리 노력해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의 충격을 활용하는 것이다. 운영혁신도 기업문화 혁신에서 가장 바꾸기 어려운 요소(element)들 중 하나다. 기업문화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지속성(sustainability)이 필요한데, 하루 아침에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전(前) IBM 회장인 루 거스너는 “기업문화는 고무줄과 같아서 변화하는 방향으로 계속 당겨야 한다. 어느 순간 손을 놓아 버리면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거나 오히려 악화되기 때문이다.”이라고 말했다. 기존 기업문화에 익숙한 직원들이 저항하는 것은 기존을 것을 버려야 하는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저항이 강렬하고 기업문화혁신이 실패하면 관성(inertia)에 의해 조직은 과거로 돌아간다. 한화가 비전 202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다른 대기업이 도입한 시스템을 일방적으로 선택하기 보다는 한화의 기업문화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국내 대기업의 기업문화를 진단하면서 놀라는 점은 대부분 동일한 시스템을 아무런 고민 없이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이렇게 도입한 시스템이 도입비용에 비해 제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놀랄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 한화는 SK그룹이나 두산그룹과 마찬가지로 성장전략을 M&A로 삼고 있기 때문에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할 필요가 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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